[사설]「들뜨는 경제」경계를

  • 입력 1999년 6월 14일 19시 21분


빨리 달아오르고 빨리 식어버리는 냄비경제. 이젠 정말 그런 경제체질에서 졸업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 경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확실히 바꿔놓아야 한다. 그리고 경제 각 분야의 균형있는 안정성장 기틀을 다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경기회복 추세는 주로 경제의 내실강화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재정적자 속에서 지출한 막대한 공적 자금을 비롯해 집중공급된 통화팽창의 효과가 더 직접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상황이 시작된 97년 12월 659조원이던 총유동성(M3) 평균잔액이 올 3월 824조원으로 무려 165조원이나 늘어난 것은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렸는지를 짐작케 한다. 장래의 세금을 앞당겨 쓰는 적자재정 규모는 작년 18조원에 이어 올해는 2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의 증시활황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실적장세라고 주장하지만 아직은 통화팽창과 저금리가 부추긴 금융장세 성격이 강하다. IMF 상황에서 늘어난 고소득층의 금융자산과 명예퇴직자 퇴직금 등이 증시 등 재테크시장에 몰리고 있다. 풀린 돈 가운데 일부는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맞물려 부동산투기 조짐을 빚어내고 있다. 또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소비의 고삐가 풀리면서 일부 거품소비현상도 보인다.

소비의 건전한 활성화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거품소비와 투기행태는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자력에 의해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수출용 원자재나 자본재보다 소비재 수입이 두드러지게 급증하는 현상은 일말의 우려를 자아낸다. 고소득층과 금융자산이 주도하는 내수 위주의 경기회복은 IMF체제 아래 감봉의 고통을 견뎌온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증대시킨다.

이같은 상황들이 결합해 국제수지는 악화되고 물가불안은 커지는, 결국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만성화되는 ‘거품경제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거품을 유발하는 재정 통화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거품경제가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는지 잘 알면서도 내년 총선을 의식해 문제요인을 덮어두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기업들도 증시활황 등으로 다소 여유가 생겼다고 해서 구조조정을 중단하거나 방만경영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된다.

한편 노동계에도 고언(苦言)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에 대해 노동계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진상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하지만 노사정 어느 쪽이나 명분이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강경으로 치달으면 그 부작용의 부담을 나누어 떠안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성장에너지를 소진해선 안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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