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단독 국정조사 안돼 ▼
그러나 그 이후 여야는 국정조사의 실시 범위를 둘러싸고 지루한 설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고급옷 로비사건’ 등 최근에 일어난 다른 의혹사건을 조사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이고 여당은 ‘파업유도’사건 이외에는 한 가지도 더 넣을 수 없다는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습니다. 여당은 또한 야당이 계속 불응할 경우 단독조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이런 구태는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입니다. 검찰과 그 윗선(?)에 혐의가 있는 일을 여당이 단독으로 조사한다면 어느 국민이 그 결과를 믿겠습니까?
단독조사의 강행 주장은 국민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상입니다. 또 여당은 야당과 100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절대 안된다고 잡아떼고 있습니다. 여당은 특검제를 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구구절절이 되뇌고 있으나 그것은 아무런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특검제의 도입은 대통령께서 과거 야당시절 수차에 걸쳐 도입을 추진했던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입장이 바뀌었다고 주장을 바꾸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있은 고급옷 로비 의혹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은 실직과 고물가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정부는 국민이 갖고 있는 모든 의혹을 낱낱이 풀어주지 않고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으며, 그 방법은 철저하고도 신속한 조사와 엄정한 사후처리 뿐입니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조사범위와 방식을 흥정하며 시간을 끈다면 민심은 대통령의 곁을 완전히 떠날 것입니다. 이제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 정부는 대통령의 결단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국정조사는 시동조차도 못걸 뻔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저 앵무새들에게 국민의 의혹을 모두 풀어주라고 지시하십시오. 특검제도 도입하라고 하십시오. 국민이 그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이끄는 정부가 공작정치를 했다면, 또 이 정부의 고관들이 출처가 모호한 거금을 금고에 쌓아 두고 있고, 그 안방마님들이 밍크코트를 뇌물로 받았다면 국민의 정부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의혹을 푸는 일을 주저하시겠습니까.
▼ 권위주의 행태 씁쓸 ▼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경제는 이제 겨우 발등의 급한 불을 끄고 몸을 추스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내수소비로 겨우 꿈틀거리기 시작한 경제가 본격 성장세로 돌아서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습니다. 수출이 늘어나야 하고 갈 데 없어 증시로 몰린 돈이 투자로 이어져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노사안정은 필수조건입니다. 노사관계가 악화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아시지않습니까. 이 와중에 북한은 ‘햇볕’사이로 우리 국민들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치놀음을 할 때가 아니라 경제회복에 매진할 때입니다. 따지고 보면 최근에 일어나는 문제들은 상당부분 민심과 단절된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독단적인 통치방식에서 비롯되는 듯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최근 청와대 만찬에서 여당의원과 당간부들에게 무려 70분 동안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그 긴 시간의 자기주장에 묻어있는 대통령의 권위주의입니다. 활발한 진언을 예고하던 참석자 전원이 침묵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대통령께서 최근 권위주의 경영으로 지적했던 대기업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국민의 정부가 국민을 모르는 정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부가 돼가는 듯해 걱정입니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건강하십시오.
예종석(한양대교수·경영학)yejs@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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