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완배/南北韓 「어민 보호」 차이

  • 입력 1999년 6월 14일 19시 21분


남북 해상대치가 8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4일 서해의 연평도에 “어민들의 꽃게잡이 조업을 전면 허용한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6월 한달간의 꽃게잡이로 1년치 수입을 벌어들이다시피 하는 어민들에게는 그야말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민들은 “그동안 배 1척에 5000만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 당국에 줄기차게 조업 허용을 요구해 왔다.

국가안보가 걸린 사건이 발생했는데 ‘꽃게잡이’가 뭐 그리 중요하냐는 반문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조업 허용을 요구해온 어민들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북한은 남의 영해를 침범하면서까지 어민을 보호하는데 우리는 왜 조업을 막기만 하느냐”는 것이다.

3대째 연평도에서 산다는 한 노인은 “어장을 침범한 쪽은 ‘보호’를 받으면서 버젓이 꽃게를 잡고 어장을 빼앗긴 쪽은 눈치만 보고 있으니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한탄했다.

한 어민은 또 “‘우리 바다’에서 북한 어선들이 활개치는 모습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비상상황에서 어민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군 당국의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4일에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조업을 전면 허용하지 않았는가.

모든 국가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이익과 편의다. 과연 어민들의 조업을 중단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는지, 조업을 허용하고 북한처럼 어민을 보호하는 모습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어선’이 ‘우리 바다’에서 조업하는 것을 지켜줄 수 있는 당당한 정부를 원합니다.”

정부가 귀기울여야 할 연평도 어민의 호소다.

이완배(경제부)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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