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통신요금 인상경쟁

  • 입력 1999년 6월 14일 19시 21분


우리나라에 전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96년, 궁내부(宮內部) 전용 교환기 설치가 그 효시다. 일반인이 전화를 이용한 것은 6년후인 1902년, 서울∼인천간 전화가 개통되면서 비롯됐다. 그로부터 100년남짓 지난 98년말 우리나라 전화보급대수는 2050만대로 세계8위의 통신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전화가 일상생활에서 보편화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셀룰러 PCS 시티폰 무선호출 등 이동통신수단과 팩스 PC통신 인터넷 등도 삶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기본적인 정보통신서비스는 이용자인 국민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것이 이른바 보편적 서비스정책이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없다면 공익성을 우선하는 것이 보편적 서비스 개념이기도 하다. 순수한 경제논리에 따르면 도서벽지의 전화요금은 대도시에 비해 몇배가 비싸야 하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국통신과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앞다퉈 통신요금을 올리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구조 개선과 초고속통신망 구축의 재원마련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무엇보다 인상폭과 시기가 문제다. 한편에서는 근로자 세부담 경감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내전화요금을 한꺼번에 14.9%나 올리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공공요금 인상을 적극 억제하겠다는 정부방침과도 상충된다.

▽문제는 정보통신부다. 정통부는 지난달 한국통신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발행 당시 가격을 올려받기 위해 섣불리 외국투자자들에게 시내전화요금 인상을 약속했다. 이동전화업체의 편법요금인상도 모른척하고 있다. 국민은 소득감소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공기업은 그에 상응한 경영개선노력없이소비자주머니를 털어적자를메우겠다는발상이고 정부는 이를 방조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김용정 논설위원〉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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