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0여개국이 밀레니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를 의미있게 기념하고 축하하는 방법들을 궁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2월 바티칸에서 1000년 후를 향한 메시지를 발표한다. 10만명 이상의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 인류의 미래를 위해 기원한다.
그러나 인간이란 ‘의미’와 ‘엄숙’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 순간을 기뻐하기 위한 축제와 소동을 도처에서 벌일 것이다. 프랑스 파리 고급호텔들의 12월31일밤 예약은 97년초에 이미 끝났다.
기상천외한 관광상품도 속출하고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영국의 스톤헨지, 파리와 터키 이스탄불을 오가는 오리엔트 특급열차처럼 인생의 짧음에 비하면 ‘영원’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곳들은 발디딜 틈이 없게 될 것 같다.
특히 2000년의 첫 태양을 가장 빨리 맞는 ‘원단(元旦)참배 관광’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날짜변경선 바로 서쪽의 섬나라 피지는 이런 관광에 국운을 걸었다. 옆에 있는 키리바시가 날짜변경선을 동쪽으로 옮겨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12시간22분 빠르게 2000년을 맞게 되자 피지는 서머타임을 실시해 키리바시를 누르기로 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관광회사는 1월1일 아침을 피지에서 보내고 24시간 후에는 날짜변경선 바로 동쪽의 서사모아에서 1월1일의 태양을 다시 맞는 ‘더블 원단참배’상품을 내놓았다.
이같은 밀레니엄 특수(特需)는 17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상혼(商魂)의 눈에는 2000년이 ‘2$$$년’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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