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준비중인 밀레니엄 행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대통령직속 새천년위원회(위원장 이어령·李御寧)에 10일 현재까지 접수된 전국의 밀레니엄 기념행사는 146건. 4월 행정자치부가 조사했을 때는 109건이었다. 새천년위원회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밀레니엄 행사 신규 계획이 거의 매일 접수되다시피 해 전국의 밀레니엄 기념행사는 더 늘어날 전망.
2000년 1월1일을 전후로 한 1회성 행사는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해놓고 있다.
동해안의 시 군은 거의 대부분 해맞이 행사를 준비중이고 타임캡슐 매설, 12월31일 밤12시 타종식 채비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임진각에 ‘평화의 종’을 설치하는 경기도 행사, 12월24일부터 2000년 1월2일까지 열릴 광주의 ‘빛의 축제’ 등이 그중 규모가 크다. 또 경북 포항시는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영일만 호미곶에 2000년 해맞이 광장 등 대규모 ‘뉴 밀레니엄 파크’를 조성한다.
중앙 행정부처 가운데서는 문화관광부가 12월31일 밤12시에 평화의 메시지를 TV와 인터넷으로 전세계에 중계하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새천년위원회는 이 평화의 메시지와 서울시의 보신각종 타종을 ‘일몰에서 일출까지’의 행사로 한데 묶을 예정.
또 재정경제부는 ‘21세기 경제비전 대토론회’‘디지털 이코노믹 2000’을, 과학기술부는 ‘2000 국제수학올림피아드’개최 등을 준비중이다. 국방부에서도 전쟁 패러다임을 평화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행사를 2000년 6·25전쟁 50주년 기념행사와 연계해 펼칠 예정.
새천년위원회는 이같은 전국의 밀레니엄 행사를 아우르고 지난달 발표했던 ‘평화의 공원’건설 등 밀레니엄 기념사업 시안의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 새천년 D―200일인 15일 확정안을 발표한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진행중인 비슷비슷한 행사들을 조정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벌써부터 강릉시와 포항시는 새천년위원회의 해맞이 개최장소를 놓고 팽팽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2억∼3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타임캡슐이나 종을 만들겠다는 지역도 여러곳이다. 또 대부분의 중앙 행정부처들은 밀레니엄 행사의 아이템을 결정하고 예산만 확보해뒀을 뿐 아직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
94년에 이미 밀레니엄 논의를 시작한 영국에 비한다면 새천년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재 진행중인 밀레니엄 행사 준비는 급조된 감이 있다. 숱한 행사 가운데 옥석을 가려 예산만 낭비할 전시성 사업은 과감히 축소 폐지하는 한편 2000년대 한국의 위상, 나아갈 바와 연계된 현실적인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새천년위원회의 과제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