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집중진단/自費공연-전시]실적쌓기 풍토 개선해야

  • 입력 1999년 6월 14일 20시 29분


종종 귀국 독주회를 보러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을 찾는다. 연주자가 유력인사의 자제일 경우 공연장 주변은 대형 화환들만도 족히 수십개가 전시되고 연주자 대기실로 들어가는 통로는 발디딜 틈도 없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자 그들은 다 빠져나가고 연주자 앞에는 텅 빈 객석만 남기 마련이다.

이런 일을 볼 때마다 초대권을 없애고 연주회장에 화환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이런 종류의 공연이 연주자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면 화환이 아니라 입장권을 구입해 축하의 뜻을 표하게 하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어떤 공연도 예외없이 초대권을 발행할 수 없게 해야 하고, 매표 관리도 공연장에서 전담해 공연 당사자가 개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 공연장마다 입장료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정해 터무니없이 싼 티켓이 남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공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바뀌게 되어 지금보다는 훨씬 더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될 것이다.

스스로 비용을 충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귀국공연을 비롯한 개인공연들이 줄어들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경력, 특히 대학에서의 연구실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풍토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이름있는 공연장을 찾게 되고 겉치레를 위한 인쇄물 제작에도 엄청난 비용을 들인다.

현직 교수가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공연이라면 학교가 시설물을 제공하고 동료교수와 학생,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석시키는 것이 보다 의미가 있다. 강사나 교수채용을 위한 실력검증이라면 막연한 공연개최 실적보다는 공개연주와 같은 객관적인 평가기준에 비중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승찬(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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