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근경/OECD의 화두 「한국경제-美금리」

  • 입력 1999년 6월 15일 19시 16분


5월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각국 인사들이 한국경제의 회복에 관심을 보였으며 한국의 과제를 정확히 내다보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미국 대표인 자넷 옐런 대통령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은 “한국이 외환위기 후 빠른 회복을 보인 것은 경제개혁, 거시경제 안정과 개방정책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세계경제 회복에 더 기여를 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을 곁들였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최근의 경제회복을 “한국이 쓴 약을 삼켜 얻은 승리”(crying victory)라고 말하면서 “다만 한국은 자기만족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캉드쉬 총재는 금융의 건전성 회복, 개혁에 대한 정치적 리더십과 국민적 합의가 경제회복을 앞당긴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OECD 각료회의 의장인 앙겔 구리아 멕시코 재무장관은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건전한 재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위기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엄격한 금융감독제도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각료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큰 관심을 보였다. 모든 나라가 미국 금리동향을 주시하고 미국 대표의 발언에 신경을 쓰는 형국이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대단한 동시에 그만큼 세계경제가 조심스럽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옐런 의장에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세계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빙 돌려서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을 질문했다. 옐런 의장은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약속은 못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 압력이 나타날 때까지는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며 현재까지는 생산성 증가가 높아 인플레 압력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리아 의장이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희망사항”이라며 각국 대표들의 동의를 구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미국은 96년 단기금리 6%를 수차례 0.25%포인트씩 낮춰 지난해말 4.75%까지 끌어내렸다. 이런 금리 인하가 호황을 3∼4년 연장시킨 요인이 됐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경기를 냉각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OECD에서 집중 논의된 의제 중 다른 하나는 사회적 결속 문제였다. 영국 대표인 패트리시아 휴윗 재무부차관은 “사회적 결속이야말로 경제적 역동성의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말했다.

각료회의 논의를 요약한 ‘커뮤니케’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이 바로 사회적 결속이었다. 사회적 결속과 안정이 없이는 경제적 역동성이 발휘될 수 없을 것이고 경제적 역동성이 없다면 사회결속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호보완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유럽이 겪었던 복지병은 분명 경제적 역동성을 해쳤다는 점에서 생산적 복지를 통해 사회적 결속과 경제적 역동성을 조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이 나왔다.

귀국하면서 ‘크라잉 빅토리’라는 캉드쉬 총재의 말을 되새겨 보았다. 사실 최근 경제가 안정되면서 “나만 힘들지 않았나”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우려된다. 고통의 원인은 잊어버리고 고통에 따른 앙금과 불평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이근경(재정경제부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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