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요즘 일정한 서식(書式)을 갖춰 부고를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 바쁜 세상이다 보니 전화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여기에 신문의 부음란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 부음란은 사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지면인데도 서민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힘있는 가문들만 활용하는 공간으로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화려한(?) 일부 상주들의 면면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상주인 공무원과 사업상 또는 업무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부음이 무슨 ‘세금고지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심리를 기대하는 공무원도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여기에 부조리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정부의 문제인식에는 일리가 있다. 행정자치부는 곧 총리훈령으로 만들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의 후속조치로 공무원의 부음란 이용을 금지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공무원이 부음란을 이용할 때는 소속기관과 직책은 빼고 단순히 ‘공무원’정도로만 적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공무원들의 반응은 싸늘한 것 같다. 권력기관이나 이권부서에 근무하는 일부 공무원의 문제를 전 공무원의 문제로 확대시켰다는 반발도 있다. 부모의 부음란에 직함 하나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보통 공무원의 심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흥적 발상으로 공무원들의 마음만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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