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해 보이는데….
“4년만에 세번째 창작집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생각의 나무)를 묶어냈다. ‘게을렀구나’하는 반성과 ‘간신히 버텨냈구나’하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돌이켜보면 걸어오던 길 위에 주저앉았을지도 몰랐을 시간이다.”
3년 사이에 세번이나 큰 상을 수상한 그다. 명성만으로 평가한다면 ‘왜 힘들었는가’ 반문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작품이 안되는’ 한 시기를 통과했다.
―무엇이 힘들었나?
“언어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장편이든 단편이든 내 속에서 여러번 걸러진 압축적인 언어를 써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96년 이후 신문과 하이텔에 연재를 하며 ‘마구 쏟아내고 있다’는 느낌에 시달렸다. 수록작 중 올 1,2월에 쓴 ‘많은 별들이…’와 ‘수사슴 기념물과 놀다’‘에스키모 왕자’를 통해 비로소 언어에 대한 긴장감을 회복하고 있다고 느끼게 됐다.”
표제작 ‘많은 별들이…’에서는 특히 그 긴장의 회복이 완연하다.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한 사내의 자아찾기가 응축과 비약의 어법, 색채감있는 장면 장면으로 묘사됐다.
첫 창작집 ‘은어낚시통신’(94년) 이후 그에게는 ‘90년대 대표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는 생래적으로 온갖 것에 관심을 두지만 그 모든 것에 일정하게 거리를 두어왔다고 고백한다.
어디에도 분명히 속할 수 없고 스스로 독립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그의 자의식은 부유하는 90년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러나 바로 그점 때문에 ‘현실도피’라는 혐의도 얻었다.
“나는 현실로부터 사람을 일으켜 세워 살게 하는, 삶의 어떤 원형(原型)을 추구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작가 나이는 서른일곱. 그러나 이번 작품집에서도 여전히 주인공들은 30대 초중반의 자유로운 독신남들이다. 혹 작가 스스로 더 이상 나이먹지 않으려는 일종의 ‘모라토리움증세’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가?
“내 안에 절대 성숙이 안되는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걸 버리면 내 정체성마저 버리는 것이다. 내나이 곧 마흔이다. 이제 정말 글을 쓸만한 나이가 됐다. 현실의 수면위로 머리를 내밀고 나를 점검해 봐야 한다. 현실과 나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 지금 나의 화두다”
〈정은령기자〉ryung@doga.com
□작가 윤대녕은?
△62년 충남 예산 출생
△88년 단국대 불문과 졸업
△90년 월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작품〓창작집 ‘은어낚시통신’(94년) ‘남쪽계단을 보라’(96년), 중편 ‘장미의 창’(98년), 장편 ‘달의 지평선’(98년)
△수상〓오늘의 젊은 예술가상(94년) 이상문학상(96년) 현대문학상(98년)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