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의원 빼내기’와 ‘북풍(北風)’수사가 한창이던 작년 이맘 때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이 한 얘기가 생각난다. 요즘 한나라당의 태도가 마치 “밀어붙일 때 확실하게 밀어붙여 기어이 항복을 받아내고 말겠다”는 ‘완승주의’ 사고에 젖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만 해도 그렇다.
여권이 숱한 진통과 우여곡절 끝에 15일 ‘파업유도의혹사건’에 대한 한시적 특검제 도입과 특검제 제도화의 추후 논의라는 타협안을 내놓자 한나라당은 “특검제를 제도화하지 않겠다는 책략이나 다름없다”며 일언지하에 걷어찼다. 이같은 한나라당 태도의 저변에는 여권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 외에도 ‘여론의 바람을 등에 업고 있을 때 밀어붙이자’는 심리가 깔려 있는 듯하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일단 수용하자”와 “전면 제도화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 여당의 주장처럼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강경일변도 자세를 보며 혹시라도 ‘완승주의’ 사고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실제 한나라당 내에서도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절반의 승리로 만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혹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못지않게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쟁의 늪에서 벗어난 정치권의 모습이다. 여든 야든 ‘적당주의’로 임하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점은 ‘완승주의’에 사로잡혀 정국을 계속 소모적 정쟁으로 끌어가봐야 별로 얻을 게 없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요즘 야세(野勢)의 상승은 여권의 자책사유에서 비롯된 ‘반사적 이익’ ‘불로소득’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동관〈정치부〉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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