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영훈/남북 海上경계선 이제라도 확정해야

  • 입력 1999년 6월 16일 19시 07분


한국전쟁 중 육상에서는 유엔군과 공산군이 일진일퇴를 벌였지만 해상에서는 개전 초부터 종전까지 유엔군이 한반도 주변 해역을 완전하게 장악했다. 정전협정에도 해상분계선은 명시돼 있지 않다. 당시 북한은 해군력이 없는 상태여서 서해의 군사분계선에 관해 관심이 없었다.

유엔군총사령관은 53년 8월 정전협정 정신에 따라 서해의 북한 수역에 배치돼 있던 해군력을 남쪽으로 제한하기 위해 지상의 군사분계선에 따라 북방한계선(NLL)을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북한은 유엔군의 이같은 자기제한적 철수 결과 북한측 수역을 통제하게 됨에 따라 남북간 해상에서 전선이 NLL에서 고착됐다.

그 이후 20년 이상 남북이 NLL을 장기간 존중함으로써 정전 협정상의 해상군사분계선으로 관습법화했다. 92년 2월19일 발효한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53년 7월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한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해 NLL이 해상군사분계선임을 확인했다.

북한은 73년 12월1일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서해 5개 도서가 북한군 통제를 받는 해역에 위치하므로 출입시에 사전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억지주장을 폈다. 이후 그들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시도를 간헐적으로 자행했다. 다만 과거 북한의 NLL 침범이 비교적 단발적 사건이었다면 이번에는 조직적이고 반복적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정전협정 이후 해주에 드나드는 북한 군함이나 상선은 백령도 북쪽 북측의 연안해역을 통해 출입하고 있다. 북한은 서해의 해상군사분계선을 무력화해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의 해역을 분리시켜 백령도 등을 고립시킴으로써 서해 5도 주변 수역에서 군사적 이점을 확보하려는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햇볕정책 이후 우리의 대응상태를 시험해 보며 남북 차관급 회담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북―미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속셈도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남북기본합의서 작성시 남북 양측은 해상경계선에 관해 특정한 경계확정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부속합의서 제10조에서 규정하고 말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북은 협의를 개시해 해상경계선을 확정해야 한다. 이것은 남북간의 분쟁을 방지하고 해양자원의 탐사 및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

남북간에 해상경계선이 별도로 합의되기 전까지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지금까지 남북이 사실상 그리고 법적으로 관할한 NLL을 해상군사분계선으로 준수해야 한다. 북한이 이를 침범하면 우리는 국가의 의지와 힘으로 이를 저지해야 한다. 다만 침범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과잉 무력을 사용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불행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선제도발 행위가 없는 한 우리는 무력사용 이외의 가능한 방법으로 북측의 침범 의도를 분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해군이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해 응사한 것은 신중하면서도 적법한 자위행위였다. 정부는 북한의 위험한 도발 및 선제공격행위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보장조치를 받아야 할 것이다.

강영훈(해군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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