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인, 국내상황 더 걱정한다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24분


정권불신 여야대립 노정(勞政)갈등을 증폭시키는 악재가 잇따라 터지더니 해상교전의 남북긴장상황까지 돌출했다. 산 넘어 산이다. 우리 모두는 이 산들을 하나하나 슬기롭게 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지 못하면 겨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경제가 또 중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으면 국내적 혼란과 국민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안보 대처에도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최근의 국내 및 남북상황을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인식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판단과 동향은 우리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행지표이자 동행지표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금융동향 조사분석기관인 국제금융센터가 16일 수집한 국내 진출 외국금융기관 관계자들의 견해도 음미해볼 만하다. 이 센터에 따르면 이들은 남북교전상황보다 ‘고급옷 로비’ ‘조폐공사파업유도’ 등 일련의 의혹사건에 따른 노사불안 증폭이 한국경제에 더 결정적 악재가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총선을 염두에 둔 경제운용과 재벌개혁 추진력 약화, 금리 및 환율 관리에 대한 정책당국간 혼선 등이 국가위험을 키우는 요소들이라고 꼽았다.

이같은 지적을 흘려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해외변수와 국제자본의 흐름을 가볍게 보아넘겼던 것이 IMF사태 초래의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선 정부여당부터 민심이반과 노동계의 분노를 자초한 의혹들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자면 형식논리에 얽매여 야당과 ‘샅바싸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 노동계 야당 등이 요구하는 해법에 최대한 다가서야 한다. 그것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을 막는 길이다.

노동계 또한 총파업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난 봄 파업 때와는 달리 여론이 노동계의 분노에 호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총파업은 경제에 직접적 충격을 가할 뿐만 아니라 노동계 자체에도 악영향의 ‘부메랑효과’를 안길 소지가 있다. 명분이 어떻든 파업절차와 과정 또한 중요하다. 실정법상 불법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는 파업이 확산되면 명분 자체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도 오로지 정부여당 상처내기의 정쟁 차원에서 쟁점들에 접근해서는 안된다. 경제5단체장들은 17일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찾아가 파업유도 의혹사건이 빚은 노사갈등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노사관계 및 경제 안정을 위해 기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야당도 이같은 요망을 정부여당 편들기로 몰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재계 또한 미적거리지 않고 자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만 ‘야당총재를 찾아간 충정’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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