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전에서 완승한 우리 해군 경비정 참수리 325호 장병들의 책임감과 감투자세는 단순히 군인정신의 귀감으로 그치지 않는다.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하는 후방 국민에게도 매우 강렬한 메시지를 주었다. 경비정의 정장 안지영(安志榮)대위와 기관장 허욱(許旭)대위를 비롯해서 하사관과 신세대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아낌없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교전 현장의 젊은 장병들이 맡은 바 임무를 다한 데 비해 정책당국과 군 지휘부가 허점을 드러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합참이 처음 발표한 전투상황은 우리 경비정이 북측 함정을 들이받았을 때 북측이 자동화기를 발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후 우리 초계함이 76㎜ 함포사격으로 북측 어뢰정을 명중시켜 북측 함정들이 퇴각할 때까지 5분간의 교전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16일 합참이 수정발표한 전투상황에 따르면 당초 시간보다 훨씬 전부터 상호 쫓고 쫓기는 충돌작전이 있었다. 그날은 북측이 먼저 우리 경비정을 향해 충돌하려 돌진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도 중요한 근거가 되는 전투상보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군이나 정부의 상층부가 이번 교전이 심각한 사태로 번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당초 전투시간을 축소했다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또 군 지휘부가 허둥댔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흠은 교전이 벌어진 직후 판문점에서 열린 장성급회담 대표들에게 그런 상황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는 데서 발견된다. 북측 대표단은 이미 서해의 교전상황을 알고 회담장에 들어와 거기서도 선제공격을 가해왔다. 이에 반해 우리 국군 장성을 포함한 유엔사 대표들은 아무런 사전정보를 못받아서 일방적으로 공격당한 셈이다. 비상상황이라서 거기까지 신경을 쓸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바로 서해상의 남북 함정대치상태를 따지기 위해 장성급 회담을 소집한 것 아닌가. 우리 해군 장병들이 전투에서 승리한 데 비해 정치 군사적 협상대책에서는 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위기상황일수록 구성원 모두가 각기 맡은 임무를 철저히 수행해야 구멍이 나지 않는다. 특히 군조직의 생명인 상황보고의 신속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관련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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