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스타워즈」, 오만한 미국의 영웅신화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43분


「미국에서는 이 영화를 개봉 첫날 보려고 직장인 220만명이 결근했다’ ‘결근을 막기 위해 한 회사는 아예 극장표를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의 이같은 미국개봉 진풍경들은 ‘도대체 스타워즈가 미국인들에게 무엇이길래’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77년 시작된 ‘스타워즈’3부작은 당시 냉전상황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비롯한 정치적 혼돈으로 영웅을 잃어버린 미국인들에게 영웅을 되찾아준 일종의 ‘신화’였다.

‘스타워즈’3부작에서 묘사된 우주는 어둠의 힘을 지닌 절대군주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다. 그러나 개척정신, 용기가 충천한 반란군과 제다이의 기사들은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가 이끄는 지배세력에 맞서 승리를 거둔다.

3부작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는 당시 미국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새로운 영웅상이었다. 전범(典範)이 될만한 ‘아버지’가 없는 시대, 루크는 아버지 다스베이더와의 비운의 결투끝에 아버지의 팔을 자르면서까지 사악한 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지킨다.

‘스타워즈’3부작은 가장 미국적인 서부영화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해 큰 인기를 끌었던 한 솔로는 영락없는 ‘우주의 카우보이’였다.

SF와 서부영화, 전쟁영화를 뒤섞은데다 일본 무사의 이미지와 기(氣)를 강조하는 동양적인 요소까지 아우른 혼성모방도 멜팅 포트(Melting Pot·도가니)처럼 ‘혼성 그 자체’인 미국 문화와 맞아떨어졌다.

올해 선보인 ‘스타워즈’1편에는 이전의 3부작에 등장했던 사악한 독재권력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1편에도 정치적인 함의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1편에서 전쟁은 ‘무역연합’의 은하계 무역항로 교란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나쁜 편’은 세계의 자유무역을 훼방하는 음흉한 세력이며 이를 규제하기를 꺼리는 의회다.

77년의 ‘스타워즈’는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전체주의적인 악당을 등장시켰다. 오늘날의 ‘스타워즈’는 완전한 자유무역을 수용하지 않고 장벽을 치려는 세력을 미국의 국익에 위협적인 요소로 설정한다.

그렇다면 ‘스타워즈’는 공상과학이 아닌 정치적 영화인가.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불러온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미국에 의해 주도됐다는 ‘음모론’이 횡행하는 요즈음….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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