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유령」드라마「고스트」감독 민병천씨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55분


15년전. 선물로 받은 비디오캠코더를 갖고 놀던 중학생이 이현세의 만화 ‘지옥의 링’을 보고 작가에게 편지를 보냈다. 커서 영화로 만들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그런데 3년뒤 그 만화가 ‘신의 아들’이라는 영화로 나왔다. 분루를 삼키던 소년이 이제 감독으로 데뷔한다. 7월에 스크린과 TV에서 나란히 선보일 영화 ‘유령’과 SBS 드라마 ‘고스트’의 민병천감독(31).

“철들고 나서 한번도 ‘영상 밖의 인생’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영화서클에 빠져있던 대학시절(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거의 매일 영화3편, 만화2편을 봤구요. 그때 머리 속에서 연구했던 아이디어들이 작품 속에서 환생하고 있는 셈이죠.”

남들은 젊은 나이에 감독을 맡았다고 말하지만 프로 감독이 되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작은 성공과 실패가 잇따랐다.

대학 1학년때 장애인 봉사단을 하며 만든 다큐멘터리가 SBS에서 방송대상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주목받기는 했다. 2학년때는 16㎜필름으로 유열의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졸업하자마자 영화사 신씨네에 들어갔다. 공포영화 ‘엘리베이터’와 SF영화 ‘회중도시’로 데뷔할 뻔 했다. 그러나 영화사 사정으로 무산. 도중에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시험해볼 요량으로 O15B의 뮤직비디오 ‘21세기 모노리스’를 찍었다. 이 작업이 컴퓨터그래픽을 비롯한 특수효과 전반을 공부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그리고 ‘김종학 사단’에 뽑혀 드라마 ‘백야 3.98’에서는 특수효과감독으로….

‘유령’과 ‘고스트’는 이때 익힌 특수효과를 내세운 작품들이다. 각각 23억원과 20억8000만원, 합해서 43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 ‘고스트’의 기획자인 김종학씨는 “그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2년전 드라마 연출을 의뢰했다”며 “민감독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 우리 특수효과 분야의 현실이자 미래의 대들보”라고 장담했다.

7월30일경 개봉예정인 ‘유령’은 러시아 핵잠수함 유령호를 둘러싼 갈등을 그린 한국판 ‘크림슨 타이드’. 전체 상영시간 1시간40분중 특수효과가 20분안팎을 차지한다. 특수 스모그로 세트를 채워 바닷속 분위기를 낸 뒤 여러가지 크기의 모형 잠수함을 컴퓨터가 내장된 모션 컨트롤 카메라로 찍었다. 독학으로 ‘크림슨…’의 기법을 재현해 낸 것이다.

7월12일 첫방영될 SBS드라마 ‘고스트’(월화 밤9·55)는 형사와 ‘오렌지족’ 도사가 노총각귀신의 도움으로 범죄조직과 대결한다는 내용. 컴퓨터그래픽으로 투명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의 귀신 봉구 캐릭터를 만들었다.

민감독은 “21세기 영화의 운명은 특수효과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할리우드에서만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새로운 영상을 우리 손으로 만드는데 힘쓰겠다는 다짐과 함께.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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