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폴리 미 국무부 대변인이 17일 남북한군의 교전 수역을 공해(international waters)라고 한 것도 바로 그런 경우에 든다고 할 수 있다. 폴리는 북방한계선이 40여년 동안 사실상 관행으로 준수되어 온 분계선이라고 길게 설명하다가 “그러면 교전해역이 실제로는 공해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미국’이나 ‘우리’라는 용어 대신 ‘나’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사견이라는 뜻이다.
▽폴리는 한국정부의 해명요구가 있자 “내가 이해한 바를 밝힌 것이지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사견이라 해도 대변인이 ‘내가 이해한 바’라며 공식석상에서 얘기하는 것은 이미 사견의 범주를 넘는 것이 된다. 어느 기관이든 대변인은 그 기관의 ‘입’ 역할에 충실해야지 자의적 판단을 내리면 오해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폴리는 실언한 셈이다.
▽차영구(車榮九) 국방부대변인도 ‘자의적인 얘기’로 말썽을 일으켜 대변인직을 물러났다. 차대변인이 서해교전을 부부싸움에 비유하며 남북한의 대화와 화목을 거론한 것은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가 햇볕정책을 강조한다 해도 우리 군의 주적(主敵)은 북한이다. 생사를 건 북한과의 군사대치를 부부싸움 정도로 비교한 차대변인 역시 우리 군의 현실에 맞지 않는 실언을 한 셈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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