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광객 무조건 돌려보내라

  • 입력 1999년 6월 22일 19시 26분


북한이 21일 금강산관광객 한명을 억류시킨 것은 서해 교전사태 이후 우려되던 대남 화풀이 행위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예상된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북한은 이번 일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관계개선을 희구해 온 미국에도 한번 더 ‘불량배 국가(rogue state)’ 이미지를 확인시켜 주었음은 물론이다.

북한에 억류된 민영미(閔泳美)씨와 같이 갔던 일행에 따르면 남한에 사는 귀순자들에 관해 먼저 말을 꺼낸 쪽은 북측 안내원이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북측 안내원은 “귀순자들이 감시 탄압받고 고생한다는데 어떻게 사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얘기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는 시민의식을 우리는 공유하고 있다. 민씨가 “그것은 거짓말이다. 정 못믿겠으면 내려와 보면 될 것 아니냐”며 잘못된 말을 바로잡아 준 것은 바로 그런 시민의식을 올바르게 실천한 행동이었다.

그런 순수한 관광객을 억류한 북한에 대해 우리는 실망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여섯살 난 아들을 데리고 간 평범한 주부를 붙들어 두고 어린이만 떼어 내려보낸 북측의 비인도적 조치는 세계 문명국가들로부터 비난을 살 것이다. 북한당국은 세계여론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민씨를 돌려보내기 바란다.

민씨가 승선했던 풍악호는 130차 관광선이었으며 지금까지 금강산에 갔다 온 연인원은 8만60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처럼 북측의 유도성 대화에 말려 억류조사까지 받은 경우는 처음이다. 서해 교전에 대한 계획된 보복행위라고 보는 이유도 그래서다.

남북간 교전이 있은 직후 우리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금강산관광 등의 대북교류를 잠정 중단하고 햇볕정책의 완급을 조정하라고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은 교전과 분리해 교류를 계속했다. 당시 청와대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은 북측이 금강산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을 재확인해왔다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 언질만을 믿은 정부는 이제 북측의 일탈행위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민씨의 송환교섭은 사업자인 현대측이 벌이고 있지만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억류자는 관광사업의 고객이기에 앞서 정부에 일차적 보호책임이 있는 국민이다. 베이징 차관급회담에서도 민씨의 송환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재발방지책이 마련돼 관광객 신변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될 때까지는 잠정중단된 금강산관광을 재개해서는 안된다. 햇볕정책 자체가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도 북한에 대해 융통성있는 전략적 대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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