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학준/중국이 보는 「韓-朝 交火」이후

  • 입력 1999년 6월 22일 20시 36분


필자는 지난 며칠 동안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중국의 몇몇 도시들에서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나 최근의 ‘서해안 교전 사태’를 중심으로 남북관계의 장래에 대한 그들의 전망을 들었다.

첫째, 그들이 ‘서해안 교전 사태’를 ‘한―조교화(韓―朝交火)’라고 표현하는데 잘 나타났듯, 상황을 당사자인 우리보다는 덜 심각하게 평가했다. ‘교전’까지는 아니었고 ‘총 쏘기를 서로 교환’한 정도로, “안 일어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일어났다고 해서 지나치게 놀랄 일은 아니다”라는 뜻이었다.

둘째, 북한의 의도와 관련해 우선 북한 지도층의 ‘코소보 징후군(徵候群·신드롬)’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이 “코소보에서 세르비아 군대에 의해 자행되는 인종청소로부터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구출한다”는 명분아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대를 동원해 세르비아에 대규모 군사작전을 전개함으로써 사실상 세르비아를 황폐화시키고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궁지에 빠뜨리고 있음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 발칸 전쟁으로부터 북한 지도층은 큰 경계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의 개발을 철저히 막기 위해 명분이 쌓이기만 하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서해안에서의 ‘제한된 도발 행위’를 통해 미국과 주변국들의 반응을 떠보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과는 핵잠수함의 배치 등, 미국의 강력한 대응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북한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이에 북한은 군사적으로 더 이상 밀고 나가지 않았다고 그들은 풀이했다.

셋째, 남한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없는 북한의 경제 사정을 지적했다. 북한이 남한과의 공식적 비공식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얻는 경제적 실익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어느 다른 나라로부터도 그만한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결코 대결국면으로만 치달을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잠시 중국의 북한전문가들이 오늘날의 북한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기로 하자. 그들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올해들어 약간 좋아지기 시작했다. 김책 제철공장의 굴뚝에서 마침내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면 식량난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풀리는 징조들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조 자활(自助 自活)을 의미하지 않고 몇 년 동안 계속된 밖으로부터의 원조의 결과일 뿐 북한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를 살려내지는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한때 기대를 걸었던 ‘나진 선봉 경제 특구’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미 투자했던 외국의 기업가들은 발을 빼고 있고 새로운 투자는 거의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전체의 안목에서 볼 때, 앞으로 2∼3년의 시간대(時間帶)안에 미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자금 유입’도 미미할 것이고, 오로지 남한으로부터 특히 금강산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큰돈이 들어올 뿐으로, 따라서 북한은 남한의 달러를 버릴 수 없는 입장인 만큼 접촉과 대화를 전술적 차원에서 연기하기는 해도 일정한 한계 안에서 계속할 것이며 전쟁 도발은 결코 시도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남한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공식화’시키려는 계획은 아직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고 그들은 보았다.

그것은 북한 사회의 변화를 자극하고 유도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과연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안에 뚜렷한 성과를 나타낼 것인지 의문이 앞선다고 그들은 전망했다.

종합적으로 북한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 것으로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보는가?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내년 또는 내후년이 북한의 장래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되리라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는 조건 아래 미국과의 관계를 크게 개선시키고 거기에 따라 남쪽과의 교류협력을 공식화시키는 ‘모험’을 통해 활로를 찾는 쪽으로 방향을 틀든가 △핵은 포기한다고 해도 미사일 개발은 계속해 ‘미사일 협박 외교’로 미국으로부터 또 무엇을 얻어내려고 하든가 △아니면 경제적 파탄이 빚어내는 중압을 이겨내지 못해 마침내 내분과 와해의 과정에 들어서는 가운데 ‘내란’을 겪거나 남북관계를 군사대결로 몰고가든가 결판이 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보았다.

〈베이징〓김학준본사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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