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숙 장관의 처신

  • 입력 1999년 6월 23일 18시 35분


손숙(孫淑)환경부장관이 지난달말 러시아에서 가진 연극공연후 기업인들로부터 2만 달러의 ‘격려금’을 받았다는 것은 그 전후 사정이 어떠하든 분명히 온당치 못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경문제 비전문가인 연극인 출신을 굳이 장관자리에 앉혀야 했는지, 오히려 ‘연극인 손숙’을 대중곁에 머물게 하는 것이 손장관 개인에게도 더욱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아무튼 악화된 남북문제에 얽히고설킨 국내문제로 민심이 흉흉한 요즘 뒤늦게 밝혀진 ‘장관의 격려금 수수건’은 이래저래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말썽이 된 ‘격려금’에 대해 손장관은 “그 돈은 장관으로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받은 돈의 용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손장관은 “기업인들로부터 ‘격려금’을 받은 사실을 다음날 대통령에게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결코 경제인들로부터 로비 성격의 돈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손장관 해명의 진위여부를 가리자는 것은 아니다. 또 우리 극단이 해외에서 연극을 공연할 때 그 나라 주재 기업관계자나 동포 등이 얼마간의 ‘격려금’을 극단이나 배우에게 전하는 것은 보기 좋은 관행으로서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반의 상식으로 볼 때 2만달러(2400만원)는 단순한 격려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돈이다. 더욱이 장관으로서가 아닌 배우로서 받았다고는 하나 손장관이 연극인에 앞서 현직 장관임을 인식했더라면 보다 신중한 처신을 보였어야 했다. 적어도 받은 ‘격려금’액수가 거액임을 뒤늦게라도 알았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해야 했다고 본다. 정 돌려주기가 뭣했다면 유네스코 민간협력 프로그램에 기부한 공연 수익금에 상당액을 포함시키는 등의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비록 연극인에 대한 단순한 ‘격려금’이라고 하더라도 현직 장관, 그것도 환경오염행위방지 등과 관련해 대기업을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환경부의 장관이 거액의 돈을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것은 쉽게 용납될 수 없다. 상대가 현직 장관이 아니라면 기업인들이 그만한 거액을 모아 내놓았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요즘 정부는 일반 공무원들에게 축의금이나 조의금은 물론 5만원 이상의 선물은 받지 말라고 다그치며 공직기강 쇄신을 외치고 있다. 이런 마당에 현직 장관이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격려금’을 받았다면 그 경위야 어떠하든 ‘윗물부터…’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올 수밖에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