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를 상대하던 로빙은 20세기 들어 행정부 정책결정과 대중의 여론형성에까지 파고들었다. 이른바 ‘뉴 로빙’이다. 이때부터 가장 흔한 로빙의 방법이 매수와 향응이었다. 그러면서 로빙은 의사당의 휴게실을 벗어나 골프장 사우나탕 헬스클럽 룸살롱을 무대로 삼기에 이른다. 미국사회도 소수의 파워 엘리트가 지배한다고 비판한 미국의 정치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는 주요정책들이 공식 논의되기도 전에 그런 곳에서 사실상 결정돼 버린다고 고발했다.
▽이익단체들의 무분별한 로빙으로 미 의회정치가 혼탁해지자 그 규제법이 만들어졌다. ‘미국의 정신’을 표어로 삼는 매사추세츠주가 이미 1890년 처음으로 이 법을 제정했고 루스벨트 대통령때인 1940년 연방규제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은 상하 양원에 등록한 로비스트만 활동할 수 있게 했으며 이들은 수임료와 활동비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76년 박정희(朴正熙)정권의 인권탄압 등에 대한 미 의회의 압력을 잠재우려던 박동선(朴東宣)로빙은 그런 규제법에 걸려 망신한 사건이다.
▽권력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수단이 다 동원되는 것이 로빙이다. 비리 기업인이 구속을 면키 위해 고급옷에 이어 고가 동양화로 로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시끄럽더니 이젠 골동품 로빙설도 나돌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뒷구멍 로빙이 아니라 떳떳한 합법적 로빙이 이뤄지는 날이 오기는 와야 할텐데….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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