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규학/내실있는 보훈정책을 위해

  • 입력 1999년 6월 23일 19시 45분


49년 전 새벽의 포성과 함께 시작된 6·25전쟁은 3년여 동안 쌍방간 600만명이 동원돼 혈전을 벌여 이 중 311만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하는 참화를 당했다. 북한군은 개전 후 불과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할 만큼 월등한 화력과 병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대항해 우리 국군은 맨몸으로 혹은 포탄을 가슴에 안고 조국을 지켰다. 오늘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것은 그들이 보여준 용맹과 호국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국가보훈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의 명예로운 생활을 보장하고 그 숭고한 희생정신과 민족정기를 선양함으로써 국가발전을 위한 정신적 기반을 튼튼히 하자는 데 뜻이 있다. 특히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4·13 임정수립기념일을 전후해 국내외에서 민족정기를 고양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이 추진됐다.

애국지사나 호국용사들의 위상이 바로 서지 않고는 국민의 가치관과 사회정의가 바로 설 수 없음은 너무 자명한 이치다. 이 분들이 국권회복과 국가수호의 주인공으로서 응당히 평가받고 나라를 위한 헌신과 희생이 영예로운 것으로 존경받을 때 국가안보가 튼튼해지고 우리의 미래도 밝아진다.

이러한 국가보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아직도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과거에는 경제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다보니 국가재정의 제약을 받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보훈업무를 비생산적인 것으로 보는 인식의 문제도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가보훈정책은 ‘국가유공자 예우개선’과 ‘민족정기 선양’을 두 축으로 해 ‘나라 위한 헌신이 존경받고 명예로운 풍토’를조성하는것을목표로 한다. 보훈제도도 사회변화와 국가발전 방향에 맞도록 개선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공헌도와 희생도에 상응하는 합리적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보상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국가유공자들의 생활이 실질적으로 안정될 수있도록자녀교육지원취업보호 대부지원을 내실화하고자 한다.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전반적 노령화에 따라 노후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의료 및 복지서비스를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보훈복지 공단을 의료사업 중심체제로 전환해 의료시설 확충과 진료서비스 개선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이와 함께 요양 재활 복지시설 확보 등 노후복지 증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족정기를 고양하기 위해 국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 예술분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치단체 민간단체와 함께 범정부적인 추진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독립유공자 발굴체계를 개선하고 유해봉환 등 해외기념사업을 활성화시키려고 한다.

보훈의 달인 6월에 가까운 곳에 있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찾아 고마움을 표시하고 노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도 민족정기를 보전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행동이다.

최규학(국가보훈처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