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베를린 필하모니 악단원 총회 투표 결과 단원들이 차기 지휘자로 래틀을 선택함에 따라 래틀은 2002년 9월부터 현 상임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현지 언론들은 단원 투표에서 래틀이 경쟁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시카고 교향악단 음악감독)을 큰 표 차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55년 영국 리버풀에서 출생한 래틀은 18세 때 존 플레이어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한 ‘지휘 신동’. 80년 25세로 버밍엄시(市)교향악단 수석지휘자에 취임해 무명의 지방 교향악단에 불과하던 이 악단을 단숨에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90년부터 이 악단의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다.
래틀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날카로운 리듬 감각. 그가 지휘하는 작품은 잠시의 흐트러짐도 없이 잘 짜여진 박자감과 함께 각 부분의 대비가 절묘하게 계산된 건축적인 느낌을 준다.
상복(賞福)도 많아 88년 말러의 교향곡 2번 음반으로 그라머폰상을 받았고, 이듬해엔 첫 오페라 녹음인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로 에디슨상 등 7개 음반상을 휩쓸었다. 그는 EMI사 전속으로 60여장의 음반을 내놓고 있다.
117년의 전통을 가진 베를린 필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전설적인 상임지휘자 아래에서 조련돼 정상의 앙상블을 유지해 왔다. 래틀은 이 악단의 여섯번째 상임지휘자가 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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