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집권중인 마하티르 모하마드총리는 일종의 ‘반(反) IMF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 위기는 서방자본의 음모 탓”이라고 주장하며 98년 9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처방과 결별하고 독자 회생을 꾀하고 있다.
긴축 대신 팽창정책을 택해 적자예산으로 대형 공공사업을 벌이고 있다. 개방 대신 고정환율제로 복귀해 외환을 직접 통제한다. IMF식 개혁론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총리를 구속했다. 현 상황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성공’을 주장하는 쪽은 외형지표를 내세운다. 주가는 현재 연초보다 30% 회복됐다. 3월 이후 7억8000만달러의 외국자본이 유입됐다. 작년 성장은 ―6.7% 후퇴했지만 올해는 0.9%의 성장이 예상된다. 수출도 회복세이며 외환보유고는 6개월간 수입액에 해당하는 300억달러다. 실업과 물가도 각각 3%와 2.8%로 안정됐다.
하지만 위험요소도 많다.
공공투자는 요란하나 내수는 매우 취약하다. 1·4분기 수입은 전년보다 7% 줄었다. 5월말 2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절반만 소화됐다. 미 국채보다 3.3%포인트 높은 추가금리를 물면서였다. 아시아비즈니스위크 6월28일자에서 싱가포르 MMS인터내셔널의 시장분석가 찰스 휠러는 이에 대해 “투자자의 요구에 어긋나는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기업 공공부문 개혁도 매우 부진해 투명성과 거리가 멀다. 이때문에 서방의 많은 분석가들은 마아티르의 방식이 일시적인 진정효과는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