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나라는 1977년 부가세 제도를 도입할 당시부터 전문직 자영자들이 부가세를 면제받았다. 당시 부가세 면제의 논리는 변호사나 세무사, 건축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수수료는 근로자의 임금과 같은 성격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임금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생산요소인 반면 전문직의 서비스는 생산요소가 아니고 창출된 부가가치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당초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이 면제조치는 지난해 전문직 자영자들을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20여년간이나 이어졌다.
이유는 세법의 개정이 논의될 때마다 이들이 각종 논리를 동원해 ‘집단저항’으로 맞서거나 집요하게 로비를 벌여왔기 때문.
올해부터 병원에서 진료비 계산때 현금 뿐만 아니라 반드시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졌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절반이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의사들은 2∼4%에 이르는 수수료 부담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은 추가 부담해야 할 조세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전문직 뿐만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소위 ‘상류층’또는 ‘사회지도층’의 집단이기주의를 보여주는 예는 많다. 97년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금융소득종합과세 유보를 요구하자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이었지만 국회의원 대부분이 이를 환영했다.
96년말 최대주주의 주식상속분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10% 할증해 평가하는 법안이 상정됐을 때도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의욕을 저하시키고 경영권 안정에 위협이 된다”며 반발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말처럼 ‘납세의 의무’에서도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절실하다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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