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목민관이란 오늘의 공무원이라 할 것이나 요즘의 공인(公人)이란 보다 넓게 보아 공직자로부터 흔히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이들까지 포괄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눈에 비친 이들 공인의 몸가짐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자리가 높고 권세가 대단할수록 그 처신은 거꾸로인 것 같아 보이는 점도 매한가지다.
▽검찰총장에 이어 법무장관에까지 올랐던 이는 어찌됐든 집안을 잘 다스리지 못해 물러나야 했으며, 폭탄주를 마시고 안할 말을 했다가 쫓겨난 전검찰간부는 스스로를 바르게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자업자득인 셈이다. 연극인 출신의 여장관 역시 공인의 몸가짐에 소홀했다가 낙마(落馬)의 불행을 자초했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에는 현직 경찰청장 동생이 형의 위세를 빌려 특혜를 취했다고 해 말썽이 일고 있으나 청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책임을 느낀다면 뭔가 입장표명을 할 만한데도 말이다. 또 ‘고관집 도둑사건’으로 유명해진 전북도지사는 술에 취해 기자에게 ‘삐딱한 보도’를 했다며 욕지거리를 해댔다고 한다. 신임 환경부장관도 기자로부터 남편에 관한 질문을 받고 공인으로서 솔직한 태도를 보이지 못해 구설수에 올랐다. 벼슬을 하기도 어렵지만 제대로 된 공인이 되기는 더욱 어려운가 보다.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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