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 엄마, 차 조심해!』
27일 낮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산의 한 등산로. 등산로 양옆에 만들어진 자연학습장의 야생화를 구경하며 유모차를 밀고 가던 주부 김수희씨(31·강남구 대치동)는 남편의 외침에 깜짝 놀라 길 옆으로 비켜섰다. 곧이어 승용차 한 대가 김씨를 스치듯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갔다. 약수물통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걷던 등산객들도 황급히 비켜섰다.
10여곳의 약수터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로 늘 붐비는 대모산 등산로가 이처럼 차에 탄 채 ‘등산’을 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씨는 “차가 지나가면 비포장길이라 먼지가 심하게 이는 데다 무심코 걷다보면 차가 뒤에 바짝 다가와 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걸으라고 만들어 놓은 등산로와 산책로를 승용차가 점령하는 풍경은 비단 이곳만이 아니다. 북한산의 송추 구파발 방면 진입로, 청계산의 과천시 방면 진입로…. 등산로가 차가 다닐만한폭으로닦여있고 입구에서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는 곳에서는 등산객이차에밀려나기일쑤다.
평일에는 3000명, 주말에는 5000여명이 찾는 대모산의 경우 강남구청이 이달중순 등산로 입구에 ‘차량 통행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입간판을 세웠지만 등산복 차림의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산 아래에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이용이 불편한 것이 등산로에까지 차를 몰게 하는 한 요인이긴 하다. 수서택지개발지구에 인접한 대모산 입구의 주차장은 15대 정도가 간신히 주차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힘들여 걷지 않고 정상의 공기를 마시겠다’는 욕심과 ‘차로 편하게 물통을 옮기겠다’는 얌체속성에 의한 것이라고 대다수 등산객들은 지적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등산로 입구에서 산속 사찰을 오가는 차량만 제한적으로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찰 신도를 가장해 약수터에 물을 길러 가는 ‘얌체’들이 많아 골치”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