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버질의 모험담

  • 입력 1999년 7월 1일 18시 33분


로마의 서사시인 버질은 영웅 아에네아스가 저승에 갔다가 돌아오는 내용의 작품 ‘아에네이드’에서 마술과 샤머니즘에 관한 그의 전설적인 지식을 보여주었다. ‘아에네이드’가 만들어진지 1000년이 지난 후에도 마술에 관한 많은 지식과 뛰어난 지혜를 지녔던 버질의 명성은 여전히 높아서 단테는 자신의 작품에서 지옥의 안내자로 버질을 택했을 정도였다.

중세의 이야기에 나오는 버질은 마술사이자 예언자이며 무당이자 원시적 과학자로서 역사 속의 실존 인물인 버질과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000년 동안 만들어진 많은 이야기 속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버질의 모험담 중 상당히 많은 이야기의 무대가 된 곳은 버질이 세웠다고 알려져 있는 나폴리다. 한 이야기에서 버질은 약초를 키우는 개인 정원을 갖고 있었는데, 거기에 한 젊은이의 조각상을 세워두었다. 이 젊은이는 트럼펫을 들고 있는 손으로 베수비오 산 쪽을 가르키고 있었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이 젊은이는 트럼펫을 불어서 불꽃과 황 덩어리를 반대 방향으로 날려버렸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 버질은 ‘로마의 안전’이라는 이름의 자동인형을 만들었다. 이 자동인형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경고의 벨을 울리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리비아에서 반란의 조짐이 보이면 리비아를 나타내는 자동인형이 벨을 울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1000년 전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야기는 간통 한 여자의 손을 물어뜯어 버리는 돌 조각상에 관한 것이다. 마술사 버질의 지혜를 통쾌하게 비웃는 이 이야기는 말하는 거울이나 살인자의 이름을 말하는 잘린 목 등 진실을 알려주는 불길한 장치들에 관한 중세의 이야기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 이야기에서 버질은 돌 조각상을 하나 만든 다음 간통한 여자가 그 입 속에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고 자신이 결백하다고 주장한다면 조각상이 손가락을 물어뜯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로마의 황후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을 때 황제는 황후에게 이 시험을 거치라고 했다. 황후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러나 매우 영리한 여자였던 그녀는 시험을 거치기 전에 자신의 연인을 거지로 변장시켰다. 그리고 그녀가 군중들을 헤치고 조각상을 향해 나아갈 때 그가 갑자기 그녀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그 더러운 거지 외에는 자신의 몸에 손을 댄 남자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유명한 ‘진실의 입’은 지금도 로마의 산타마리아 교회에 남아 있다.

▽필자:마리나 워너〓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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