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빅딜은 6개월 전 대우전자와의 사업 맞교환 얘기가 터져나올 때부터 기업의 가치산정과 부채처리 문제로 난항을 거듭해오다 결국은 ‘재벌간 빅딜’이 아닌 ‘정부와의 빅딜’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재벌구조조정을 서둘러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한 정부로서는 이회장의 사재출연과 법정관리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으로 삼성차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삼성생명 주식의 상장과 관련한 특혜시비가 일고 있고 협력업체의 손실보전과 고용유지 등이 난제로 남아 있다.
물론 정부의 고충은 이해할 만하다. 삼성차 빅딜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가는 전체 재벌개혁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이고 언젠가는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채권단의 손실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삼성차 처리방안은 정부의 빅딜 기본원칙과 동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기업주의 경영책임 한계 문제를 새로운 과제로 떠올렸다.
삼성자동차의 결말은 경제논리를 무시한 시장진입, 총수 개인의 독단적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빅딜이라는 정책의 실패가 앞으로의 경제정책 운용과 기업경영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애당초 빅딜 대상일 수 없는 삼성차를 빅딜을 통해 대우전자와 맞교환하려 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결과 지난 6개월 동안 당해기업은 물론 하도급업체, 채권단과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석유화학과 철도차량 항공 등의 빅딜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빅딜은 과잉설비 해소와 업종전문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자율과 시장원리가 배제된 탓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재무구조개선 등에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만 키웠다. 정유 유화 등은 장치산업이란 특성 탓에 설비조정의 여지가 거의 없고 반도체는 국제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갖춘 만큼 빅딜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했다. 지금과 같은 빅딜이라면 과연 무엇을 위한 빅딜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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