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 현장에서 23명의 어린 천사들이 불에 탄 시체로 변해 실려나오는 것을 보면서 가슴 가득히 치솟아 오른 것은 슬픔과 아픔 그리고 끝없는 분노였다.
공무원이 허가를 내줄때 한번이라도 현장을 봤더라면, 소방관계자들이 한번이라도 안전을 제대로 점검했더라면, 화재 당시 인솔 교사가 한명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있었더라면, 관계당국이 집단 수련시설의 안전에 대해 한번이라도 관심을 가졌더라면 우리는 이렇게 많은 어린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 엉성한 건물에 비상 사다리가 하나만 있었더라면, 그리고 비상벨만 정상적으로 울렸더라면, 단 한대의 소화기라도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아이들은 살 수 있었다. 소방서 관계자의 변명도 들렸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구했다”는 수련원 관계자들의 주장도 들렸다. 한 소방관계자는 출동이 늦은 이유에 대해 “시골에서는 큰불이 나는 경우가 없어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40여개가 넘는 사설수련원에 대한 안전지도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뒷북행정’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그 어떤 소리도 현장에서 자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오열하는 부모의 애절한 울음소리보다 크지 않았다.
이제 우리 모두는 뼈져리게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안전보다는 돈을 먼저 생각하는 어른들의 무관심과 부주의가 어린 생명을 죽이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것만이 하늘에 간 어린 영혼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길이다.
이완배<사회부>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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