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스웨덴 망명 방글라데시 女의사 나스린

  • 입력 1999년 7월 1일 19시 25분


신성 모독을 이유로 이슬람교 근본주의 단체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고 망명한 방글라데시의 ‘여성 살만 루시디’ 타슬리마 나스린에게 최근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친구인 여성 조각가 샤밈 시크다르가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던 이슬람 단체인 탈리반 바니히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게 되자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다고 AP가 최근 전한 것이다.

다카대학 강사인 시크다르는 71년 방글라데시―파키스탄 분쟁 당시 파키스탄에 맞섰던 여성의 전투적 모습을 조각했다. 탈리반 바히니는 이 작품이 우상숭배를 조장해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올해초 스웨덴에 망명한 나스린은 산부인과 의사이며 여성주의 잡지 편집장으로 남성중심주의 그늘 아래 일생을 보내야 하는 여성의 운명을 항변해왔다.

현상금 5000달러가 걸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94년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 인터뷰.

“코란은 아직도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말한다. 그런 가르침 속에 우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발언해 이슬람교 근본주의 단체들을 자극했고 ‘사형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해외로 피신해 있다 지난해 말 노모의 임종을 위해 잠시 귀국했으나 올해초 망명길에 나섰다.

세계 인권단체들은 현재 10여개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밀란 쿤데라,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등 세계적 작가도 동참했다. 소설 ‘악마의 시’로 암살위협에 시달려오다 지난해 ‘사면’받은 살만 루시디도 최근 나스린에게 서한을 보내 위로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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