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신세대 스트라이커인 ‘라이언 킹’ 이동국(20·포항 스틸러스). 그는 지난달 30일 열린 바이코리아컵 K리그 울산 현대전에서 선취골과 결승골을 잇달아 터뜨리며 팀을 6연패의 수렁에서 건져내 모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종전 골을 넣고 들떴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오히려 경기내용이 어떠했느냐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지난해까지는 골문앞에만 어슬렁거렸지만 이제는 몸을 사리지 않고 팀의 다른 선수를 생각하며 열심히 뛰고 있다”는 박성화 포항감독의 말처럼 그는 한결 성숙해진 팀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이동국의 이같은 변화는 지난달 열린 시드니올림픽 아시아지역 1차예선때부터 감지됐다. 이동국은 당시 상대 수비수를 단 채 전후좌우를 헤집으며 동료 선수들의 슛찬스를 만들어주는데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동국이 이처럼 달라진 이유는 뭘까.
“올해 청소년 마약퇴치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저도 가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멋대로 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힘들다고 제멋대로 하려는 것은 잘못이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입니다.”
이동국은 숱한 구설수에 시달렸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시즌 마약퇴치 외에는 일체의 대외 활동을 끊었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평가받겠다는 자세로 축구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
그는 슬럼프때마다 방황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자신이 골을 터뜨렸던 장면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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