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조직의 근원이 되는 태아의 간세포는 노화 방지와 질병 치료의 소중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의학계에서는 불임 클리닉의 예비용 수정란과 낙태된 태아들을 이용해서 간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간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인간의 태아를 반드시 파괴해야 한다는 점이 바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수정되는 순간부터 태아를 인간으로 간주하는 가톨릭교회와 일부 개신교 세력은 당연히 태아의 간세포 연구에 반대하고 있다.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가톨릭교회와 낙태를 반대하는 개신교도들의 지원을 받아 발표한 의견서에서 “정부가 인간의 태아를 조작하고 파괴하는 실험에 지원해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해야 한다”면서 “의학의 이름으로 몇몇 개인을 파괴해도 좋다는 생각은 우리 모두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브라운백 상원의원의 의견은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입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5월 전국 생명윤리 자문 위원회에 출석한 개신교와 가톨릭의 윤리학자들은 상당히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 학자들은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지지한 반면 초기 태아의 도덕적 지위가 확실하지 않으므로 간세포 연구를 진행해도 좋다는 의견을 내놓은 학자들도 있었다.
예일대의 기독교 윤리 교수인 마거릿 팔리는 “인간의 초기 태아를 개인의 특징을 갖춘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가톨릭 윤리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리는 태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이므로 태아의 도덕적 지위에 대해 열린 태도를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팔리 교수는 5월 생명윤리 자문 위원회에 출석해 “가톨릭 전통 안에서 그런 연구에 반대하는 주장도, 찬성하는 주장도 모두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유태교에서는 인간의 몸 밖에 있는 태아에게는 아무런 도덕적 지위도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유태교도들에게 있어 간세포를 얻기 위해 예비용 태아와 낙태된 태아를 이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단, 낙태된 태아일 경우 윤리적으로 정당한 이유로 낙태가 시행된 경우에 한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유태교 대학의 철학 교수인 라비 엘리엇 도프는 유태법에 의하면 정자와 난자, 수정란은 “일단 자궁 바깥으로 나오면 인간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전혀 법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서 따라서 수정란이나 태아를 이용해 의학적으로 이로운 연구를 하는 것은 “많이 장려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간세포 연구에 쓰이고 있는 예비용 수정란들은 원래 몇 년씩 실험실에 보관되다가 그냥 버려지던 것들이다. 이 수정란 안에는 약 100개의 세포가 들어있는데 이들을 실험에서 배양하면 간세포가 된다. 이 세포들은 성장하면서 무한히 분열하기 때문에 소량의 수정란으로도 대량의 간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