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쪽 말이 진실인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폭로한 측은 세차례에 걸친 돈지급날짜와 액수, 지급자의 이름, 수표번호와 예금주까지 제시해 신빙성을 뒷받침하려고 했다. 반면 국민회의도 선관위에 회계신고서까지 냈으며 이는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하다고 말해 합법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느쪽이든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용서받을 수 없다.
선거사범의 공소시효(6개월)가 이미 지났지만 ‘없었던 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정치판이라는 게 으레 그런 것 아니냐고 흘려버릴 수는 없다. 깨끗한 선거문화의 정착을 위해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국민회의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집권여당이 부정선거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으려니와 정권의 도덕적 기반마저 의심받을 수 있는 심각한 일이다. 폭로한 쪽이 거짓말을 했다면 이 또한 작은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을 우롱하는 그릇된 풍토를 없애는 계기가 돼야 한다.
6·4지방선거에 관한 이번 시비는 공소시효의 완료로 수사에 난점이 있다면 국회가 중심이 돼서라도 진상을 명백히 가려야 한다. 이번 일을 어물쩍 넘긴다면 선거문화와 정치풍토의 발전은 기약할 수 없다. 이번 시비가 국민회의측의 불법으로 결론이 난다면 공소시효 기간내에 혐의를 포착해내지 못한 선관위와 검찰에도 무거운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선거법이 잘 돼 있더라도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없는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9개월여 앞둔 지금 선거사범에 대한 엄정한 처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3·30재보선에서의 국민회의 동특위(洞特委) 구성 등 부정선거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최대한 빨리 수사를 끝낼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수사착수 2개월반이 넘도록 ‘수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 설득력이 약하고 의혹과 불신만 누적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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