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무소르그스키의「보리스 고두노프」

  • 입력 1999년 7월 6일 18시 34분


러시아의 작곡가 무소르그스키가 세상을 떠난 후 수십년 동안 그의 작품은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수정된 채 연주되었다. 특히 그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개정판으로 더 친숙하게 알려져 있었다.

물론 지금은 ‘보리스 고두노프’도 ‘전람회의 그림’도 무소르그스키가 작곡한 원본 그대로 연주된다. 그러나 무소르그스키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걸작들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무소르그스키는 ‘보리스 고두노프’를 두번 작곡했다. 1869년에 완성된 첫번째 작품은 상연시간이 두시간이 안되는 4막짜리 오페라였다. 그러나 이 작품을 검토한 제국극장이 수정을 요구하자 무소르그스키는 1872년에 두번째 ‘보리스 고두노프’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프롤로그와 4막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상연시간이 거의 세시간이나 되었다. 오늘날 흔히 공연되는 ‘보리스 고두노프’는 이 두작품의 합성본이다. 그 때문에 ‘보리스 고두노프’는 무소르그스키가 원래 작곡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졌고 어딘지 완성되지 않은 작품인 듯한 느낌을 풍기게 되었다.

1869년판 ‘보리스 고두노프’는 필요없는 부분을 과감히 생략한, 시대에 앞선 오페라였다. 반면 1872년판 ‘보리스 고두노프’는 오페라의 전통에 충실한 웅장한 오페라였다.

이 두 작품이 등장인물 중 하나인 그리고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차이가 금방 드러난다. 1872년판에서 그리고리는 3시간의 공연시간 중 모두 1시간동안 무대에 등장한다.

그러나 1869년판에서는 그리고리가 무대에 등장하는 시간이 두장면에 걸쳐 30분도 되지 않는다. (이 두 장면은 1872년판에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평론가들의 의견은 1869년판이 더 좋다는 쪽과 1872년판이 더 좋다는 쪽으로 나뉘어 있다. 최근 키로프오페라단이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녹음한 ‘보리스 고두노프’는 이 두작품을 나란히 담고 있어 일반 음악 팬들도 두 작품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03년에 ‘보리스 고두노프’를 공연할 예정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이 만약 1869년판과 1872년판을 대담하게 함께 공연한다면 그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