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10시 서울 성동구 옥수동 삼성아파트의 현관문이 차례로 열리면서 120시간의 인터넷생존 체험에 성공한 8명이 얼굴을 드러냈다.
이들의 얼굴에서 피곤이나 지루함은 엿볼 수 없었다.
면도를 못해 얼굴만 산적처럼 변한 곽동수씨(35)는 “독방생활이라도 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니까 우리가 사는 사회와 다를 바 없었다”며 “음식이나 옷같은 생필품 마련엔 어려움이 없었지만 보고 즐길 인터넷 문화공간이 부족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터넷체험에 재도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고령인 박완영씨(59)는 “인터넷은 이제 남은 인생의 반려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넷 세상의 도래〓도전자들은 입실 첫날인 1일 점심식사를 주문하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쌀 김치 고기 가전제품 의류 등을 마련해 인터넷으로도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인터넷팀 참가자들의 표정에선 행사내내 ‘고립’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박완영씨의 말처럼 인터넷이 단순한 통신수단을 넘어 살아 숨쉬는 ‘사이버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퇴실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네티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행사기간에 구입한 물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증하겠다”며 오디오 TV 전자레인지 선풍기 등을 선뜻 내놓았다. 한솔CSN 제일제당 에이스침대 등 인터넷쇼핑몰과 협찬업체들도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증, 유니텔은 인터넷경매를 통해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쓰기로 했다.
▽전화 대 인터넷의 승부〓인터넷 체험팀에 맞서 전화 한대만으로 생활한 중국집배달원 최혁재씨(31).
그는 “인터넷을 쓰지 못해 답답했지만 음식 주문같은 것은 역시 전화가 빠르고 다양했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팀은 TV와 라디오를 인터넷방송으로 시청해 최씨만큼 무료함을 느끼지 않았다.
전화 매체는 아직 인터넷에 비해 생필품류의 주문은 빠르지만 정보검색과 여가생활, 폭넓은 인간관계 형성 측면에서는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최첨단 기술의 경연장〓이번 행사는 각 체험자의 방을 인터넷으로 120시간 생중계하면서 다가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체험자들은 매일 두차례씩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인터넷 화상진료를 받았다.
곽동수씨는 인터넷 음성채팅에 성공, 행사 이틀째부터 가족들과 생생한 음성으로 소식을 나눠 ‘인터넷 전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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