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거리시위에 나선 것은 4·19혁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교수들의 반발과 불만이 어느 선까지 이르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교수들의 반대이유는 이 사업의 혜택을 받는 대학들이 이른바 일류 대학들이 될 것이라는 점에 있다. 대학서열화가 가뜩이나 심각한 마당에 일류 대학들이 집중 지원을 받으면 대학사회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주장이다. 또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대학의 해당 학부에 대해 교육부가 교수계약제 등 대학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는 점과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의 지원액수가 9대1정도로 과학기술 쪽에 편중되어 있는 점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정부와 여당은 7일 교수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 사업내용을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전제조건을 삭제하고 인문사회 분야는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무마될 것 같지는 않다. 교수들이 반발하는 배경 밑바닥에는 교육당국의 독선과 졸속행정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서 연구비 지원에 그쳐야 하는데도 구조조정까지 요구하는 결정적인 잘못을 범했다. 교육부가 대학 자율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대학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추진과정의 안이한 자세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경쟁력 강화는 대학사회내에 이해가 엇갈리는 민감한 문제다. 그래서 사업 시행에 앞서 대학내 여러집단들을 설득하는 절차가 필요했으나 교육부는 오히려 ‘밀실행정’으로 일관했다. 교육당국의 근본적인 자세 전환이 있어야 한다.
한편 교수들이 가두집회까지 열게 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집회장소가 꼭 명동성당이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주최측은 집회가 끝난 뒤 정부세종로청사까지 거리행진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교수들의 집회장소로 노동자나 운동권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명동성당이외에 다른 좋은 장소가 없는지, 도심 한복판에서의 시위까지 해야하는지도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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