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점 아직도 많아▼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드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부진했던 설비투자를 회복시켜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을 계속적으로 늘려 무역흑자 기조를 다져놓는 것이다. 아직도 제조업 가동률과 설비투자는 97년 5월말 대비 6%와 24%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금년 상반기 수출실적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반도체 자동차 산업용전자 등 일부 품목의 호조로 겨우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세계경제 전체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만성적 공급초과 상태에 빠진 제품들은 각국의 수입규제조치 남발로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통상 전문가들은 99년 이후에는 선후진국 모두 수입규제 조치를 남발함으로써 통상 위기가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수요감퇴와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세계 제일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식아래 선진국들의 산업은 무섭게 재편되고 있다. 자동차는 연간 세계 수요량이 5000만대 남짓 한데 생산능력은 7000만대에 이른다. 이같은 여건에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포드사와 프랑스 르노사는 막강한 일본 경쟁사들을 합병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결국 외국 경쟁사에 의해 타율적으로 구조조정을 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일본보다 생산성이 열위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무역흑자 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근국가와의 교역수지에서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지난 한해 동안 한국은 46억달러의 대일(對日)무역수지적자를 나타낸 반면 대중(對中) 무역에서는 5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일본과의 적자를 중국과의 흑자로 메워왔던 것이다. 그러나금년은 대중 수출 감소로 대중 무역흑자가크게 줄어드는 반면에 수입선 다변화 폐지로 대일무역 적자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의지 다시 다져야 ▼
특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협상이 연내에 타결되면 중국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한국이 중국시장에서 주도적 지위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지역적 인접성, 문화적 유사성, 그동안 형성된 인맥 등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해 경쟁국을 이길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서 시장을 더욱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
또 한가지 걱정거리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의 향방이다. 일본 노무라 연구소를 비롯한 일부 연구소들은 일본 경제 회복의 확실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금년 하반기에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더욱 약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과거 수년간 약 15%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이 금년에 5.3%(1∼5월)의 감소세를 보여 내수경기 부양이 순조롭지 않으면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출업계의 걱정이 크다. 최근 소비경기 회복과 생산증가, 경제성장 상향 조정 등은 대단히 고무적이기는 하나 이같이 어려운 여건들을 걱정하지 않고 자만하게 되면 경제위기를 다시 부를 수 있다.
IMF 경제위기가 닥쳐오기 전에 외국에서 한국경제 전문가와 언론이 위험신호를 보냈을 때 소홀히 여겼던 치명적 실수를 되새기면서 ‘만족의 위기’라는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은 눈높이를 올릴 때가 아니다. 금모으기 운동 때처럼 위기극복과 개혁의 의지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김은상<전KOTRA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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