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현대미술품 중 진위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표적 작품은 이중섭의 황소그림.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그림의 진위논란은 92년에 발생했다.
이중섭의 황소그림 두 점을 갖고 있던 한 개인소장가가 이 그림들을 화랑협회에 감정 의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화랑협회는 결국 가짜로 판정했다. 이에 대해 저명 미술평론가인 박모씨는 진품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화랑협회가 가짜로 판정한 근거는 ‘데생이 미숙하고 이중섭 그림의 특징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근래 고미술품을 둘러싼 가장 뜨거웠던 진위논란은 혜원 신윤복의 ‘속화첩’을 두고 벌어졌다. 94년 고미술동호인 모임인 인우회가 일본에서 문제의 속화첩을 들여와 이를 공개했다.
그러자 한 화가는 곧바로 이 작품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당시 논란은 공개토론회를 가질 정도로 격렬했다. 인우회측과 미술사전공의 모교수는 이 그림이 혜원의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술사학자들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물론 주인공 여성의 자태가 혜원의 화풍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가짜라고 반박했다.
96년엔 국보237호인 ‘고산구곡 시화병풍’이 진위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이 작품은 19세기초 김홍도 이인문 등 조선후기의 대표적 화가 10명이 합작해 그린 것으로 알려진 12폭짜리 병풍. 서예가이자 화가인 모교수가 이에 대해 “각각의 그림마다 작가의 필선이 나타나고 김홍도의 그림도 그의 화풍과 다르다”며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후 이 작품에 대한 진위논란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다.
외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3월 프랑스의 한 전시회에 출품된 반 고흐의 작품 ‘가셰박사의 초상’을 둘러싼 진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에 대해 진위가 명쾌하게 가려진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기 일쑤고 문제의 작품이 다시 거래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진위를 가려낸다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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