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기밀보호법」의 함정

  • 입력 1999년 7월 13일 18시 36분


국가정보원이 새로 만들려고 한다는‘국가기밀보호법’의 핵심은 기밀누설자는 물론 취득자까지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은 또 기밀의 유출방지대상을 ‘적국’뿐만 아니라 우방과 일반인까지로 폭넓게 잡고 있다. 이럴 경우 언론활동이 큰 제약을 받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정원이 국가기밀보호법을 만들려고 검토한 것이 지난 2월 정부의 대북포용정책관련 문서가 언론에 유출되고부터인 점에 미루어보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국정원은 최근 ‘언론단’을 신설하는 등 대(對)언론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 법의 제정목적이 언론통제에 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국정원측은 정부의 현행 보안관리제도가 과거의 군사기밀 보호체제 범주에 머무르고 있어 현재의 국가수준에 맞게 국가기밀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현대의 국가기밀이 군사기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과 통상, 특히 인터넷 등 컴퓨터부문의 눈부신 발전은 국가의 중요한 정보나 산업의 기술정보가 하룻밤새에 해외로 흘러나갈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2월 삼성반도체의 핵심기술이 대만으로 유출된 것이 그 실례다. 따라서 이를 방지할 새로운 보안관리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기밀취득자까지 처벌한다는 ‘독소조항’이다. 이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지나친 보안법률이다. 미국에서는 기자가 비밀문서를 입수해도 처벌하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누설된 기밀일 경우 보도해도 괜찮다. 국가기밀보호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많은 문제점을 낳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기밀을 누가 어느 기준에서 어떻게 정할 것이냐는 것이다. 정부가 이를 자기 임의로 정할 경우, 외교 안보 국방에서부터 심지어 일반 행정부문까지 국가기밀이 될 수 있다. 지금도 걸핏하면 ‘대외비(對外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