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라스베이거스 「고래」

  • 입력 1999년 7월 13일 19시 49분


동해 물살을 가르는 고래떼의 유영이 시원스럽다. 포경 금지이후 고래의 풍성한 번식을 보여주는 아침 신문의 사진이다. 같은 신문의 다른 쪽에는 미국을 놀라게 한 한국인 도박‘고래’얘기가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한 손 큰 코리안들의 라스베이거스 노름 행태가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베팅이 너무 호쾌해서 잔챙이가 아니라는 의미로 고래(whale)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흘 낮밤을 자지도, 먹지도 않고 700만달러(약 84억원)를 날린 ‘고래’도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바카라 게임에 고작 몇천 달러를 거는 외국인들은 잔챙이일 뿐이다. 한판에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를 거는통큰‘국산고래’들이야말로 경악할 만한 존재들이다. 한국의 한 언론계 주요인사(media mogul)는 310만달러의 노름빚을 지고 있다는 컴퓨터기록도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런 얘깃거리 제공자는 재미교포 로라최(44·여). 3년 전 도박빚을 받으러 서울에 왔다가 검찰에 구속된 적이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현지 카지노에 고용돼 공짜비행기표와 투숙권으로 한국 손님을 유치, 뒷돈을 대가며 영업실적을 올렸었다. 이제 카지노에서도 해고된 그가 왜 인터뷰를 통해 그런 추문을 흘렸을까 궁금하다.

▽어쨌거나 한국 졸부들의 주제와 분수를 모르는 ‘바보짓 행진’에 세계가 웃을 것만 같다. 외환위기에 허둥대던 한국과 코리안 도박 ‘고래’들. 그 기막힌 콘트라스트에 혀를 찰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의 국민이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영화에나 나올 법한 큰 베팅을 일삼는다는 사실이 그럴듯하지 않는가. 우리는 그런 어글리 코리안들이 누구이며 국내에서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알고 싶다. 법은 지키고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도 의문이다.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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