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연주회에 갔는데 ‘정남희제(制) 황병기류(流)’산조를 연주한다고 돼있더군요. 판소리도 ‘동편제’ ‘서편제’ 등으로 유파를 가르던데, ‘제’와 ‘류’는 무엇인지, 제와 류가 다르면 가락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지 알고 싶습니다.(주남우·서울 은평구 신사동)
◆답
‘제(소릿제)’는 본래 판소리의 지역적 유파를 분류하는 이름입니다. 동편제는 전라도 동북지역에 전승되는 소리로 발성이 무겁고 웅장하죠. 반면 서편제는 전라도 서남지역의 소리로서 구슬프고 소리의 끝을 길게 늘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경기 충청지역에서 전승되는 소리는 ‘중고제’라 부릅니다. 반면 ‘류’는 기악 독주곡인 산조의 유파를 분류하는 명칭입니다. 독자적인 연주형태를 확립한 명인의 이름을 따라 ‘백낙준류 거문고산조’ 등으로 이름붙입니다.
산조에 ‘제’의 이름을 붙인 것은 질문에 나타난 대로 97년 가야금연주자 황병기(이화여대 교수)가 ‘정남희제 황병기류 산조’를 발표하면서 비롯됐습니다. 산조의 바탕을 짠 사람의 이름에 ‘제’를, 이를 전수받아 발전시킨 사람의 이름에 ‘류’를 붙이는 방식을 택한거죠.
판소리의 경우 소릿제마다의 차이가 비교적 뚜렷한 편입니다. 가사를 뺀다고 가정하면 같은 대목인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산조인 경우는 유파가 다르더라도 작품의 골격을 이루는 가락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단, 작품의 길이는 최고 서너배까지 차이날 정도로 제각각이죠.
‘더늠’이 무엇인지 질문하신 독자도 계시더군요. 판소리에서 어떤 명창이 유명한 대목의 연주법을 확립했을 때 그 연주법을 ‘더늠’이라고 말합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