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그 해 교도소로 이감 가서 겪은 첫 겨울은 혹독했다.
나는 엄중 독거수였으므로 정치범들이 있는 특사에 수감되지 못하고, 일반수들이 있는 사동의 복도 끝쪽에 칸막이를 하고 방을 나누어 독방으로 만든 징벌방 크기의 방에 갇혔다. 반으로 잘랐으니 옆에도 독방이 있었지만 그쪽에는 아무도 들이지 않아서 늘 비어 있었다.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한 평이 채 못되는 방은 옮겨 다니면서도 어디나 똑같아서 나중에는 익숙해졌다. 독방의 겨울은 벌써 시월부터 시작되었다. 빛은 한줌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철문에 뚫린 시찰구는 벽의 장식처럼 보인다. 문 아래에 밖에서 잠금 장치가 되어있는 식구통은 하루에 세 번 밥이 들어올 때만 열린다. 문 옆으로 비좁은 공간이 있어서 거기 앉은뱅이 책상을 놓았는데 밖으로 나갈 때면 몸을 비스듬히 틀어야 할 정도로 문짝 넓이의 절반쯤을 가로막고 있다. 책상 위쪽에 형광등이 달려있다. 형광등은 일년 삼백 육십오 일을 절대로 꺼지지 않는다. 감옥에는 소등이 없기 때문이다. 죄수가 안에서 먹건 싸건 잠 자건 용두질을 치건 밖에서 감시자가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사방의 벽은 물론 천장까지도 모두 시멘트 벽이다. 다만 바닥에는 마루가 깔려있다. 내가 혼자서 관급 매트리스를 깔고 누우면 옆에 꼭 한뼘쯤이 남는다.일어나 앉아 두 팔을 벌리면 두 벽이 닿는데 팔을 펴지는 못할 정도의 공간이다. 누우면 발치에 세 뼘쯤 남는데 그곳을 세면도구나 사물을 두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거기 각목 틀에 비닐을 씌운 문짝이 있고 구멍이 뚫린 변소가 있다. 혼자서 쭈그리고 앉으면 쥐가 날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다. 일을 보고나면 소변은 한 바가지 대변은 두 바가지의 잡수를 뿌려 주어야 한다. 냄새가 지독하므로 음료수 병을 얻어 물을 반쯤 채운 다음 변기 구멍에 거꾸로 박아 놓아야 한다. 고참들은 고무장갑을 얻어다 빵빵하게 물을 채워 럭비공처럼 만들어서 끈에 매어 구멍에 박는다. 일을 보기전에 끈을 당겨 올리기만 하면 변기 구멍이 열린다. 변소에는 제법 창문의 꼴을 갖춘 두 짝 짜리 창문이 아래 위로 달려 있는데 좀 형편이 나은 곳은 유리 대신 아크릴로 창을 내고 낡은 곳에서는 그냥 나무 위에 비닐을 박아 놓는다. 변소의 창문은 유일하게 밖으로 외출을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하늘의 어느 구석, 산의 모퉁이, 달이 지나는 행로의 어느 부분, 별 몇 점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여기 서서 보낸다. 그 작은 사각의 틀은 언제나 같은 그림을 담고 있지만 누구나 마음 속의 그림을 새롭게 그려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황석영>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