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는 밑바닥 인생들의 고달픈 고생뿐아니라 미련스럽고 나약한 면모까지를 가공하지 않은 날것으로 보여준다. 그같은 사실성은 관객의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억눌린 자의 고통조차 미화하는 감상적인 영화들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을 자아낸다.
‘레이닝 스톤’도 마찬가지. 성찬식을 맞는 일곱살박이 딸에게새 드레스를 사주려고 기를 쓰는 실직자 밥. 하수도 청소, 나이트클럽 경비도 해보고 경마에도 손을 대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어리숙한 밥의 고생담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끝도 없이 자신의 기대를 배반하는 현실앞에서 “화가 나요. 난 부지런한데…”하고 한탄하는 밥. 여기엔 가진 게 없는 이들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세상에 대한 감독의 분노가 담겨 있다.
영화 끝부분에서 우발적인 살인으로 괴로워하는 밥에게 신부는 “빵이 곧 삶인 사람들을 위해 자넨 정의로웠네”하며 그를 위로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관객에게 “자,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 듯하다.
제목은 ‘하늘에서 돌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Raining Stone)같다’는 뜻으로 영국 북부 하층민들이 사는 게 힘들 때 자주 쓰는 속어라고. 17일 개봉.〈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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