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장환수/김성근 「前」 감독

  • 입력 1999년 7월 15일 18시 44분


14일밤 전격해임된 쌍방울 김성근감독만큼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이도 드물다.

그는 해태 김응룡감독에 이어 감독통산 다승 2위를 달리고 있는 정상급 승부사중 한 명이지만 ‘잘리는데는’ 이력이 난 사람이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시작된 것은 프로원년인 82년OB 투수코치를 거쳐 84년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르면서. 그가 지휘봉을잡은 팀마다 놀라운 성적을 올렸지만 그는 한 팀에 오래붙어있지 못했다.

결국 OB 삼성 태평양 쌍방울에 이르기까지 팀을 옮겨 다녔고 사실상 모두 중도하차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가 여느 감독과 차별되는 점은 이전에는 성적부진에 따른 문책성 퇴진을 하지 않았다는 것.

강력한 카리스마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로 팀을 이끄는 그는 구단프런트와 잦은 마찰을 일으켰고 이것이 바로 중도퇴진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쌍방울이 이번에 내린 결정은 겉으로는 성적부진에 따른 분위기 쇄신 차원이었지만 실상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녀사냥식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방울그룹이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비밀리에 만든 보고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보고서는 야구단 매각은 올해안에 힘들 것으로 전망한 채선수단내구조조정과 책임규명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

시즌 직전 박효수 쌍방울구단사장은 김감독에게 “주요선수를 모두 현금트레이드한 상황에서 올해 성적이 아무리 바닥을 헤매더라도 감독의 책임은 아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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