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기은행 「외압」밝혀라

  • 입력 1999년 7월 19일 18시 27분


검찰은 경기은행 로비자금 5억원을 받은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 부부를 구속한 이후 더이상의 수사를 머뭇거리고 있다. 임지사부부를 차례로 소환조사할 때만 해도 단호했던 검찰의 수사의지가 왠지 식어버린 느낌이다. 임지사의 부인 주혜란(朱惠蘭)씨가 받은 4억원의 행방을 쫓는 ‘주혜란 리스트’ 수사가 부진한가 하면 인천 경기지역 유력인사들의 관련여부를 캐는 수사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는 또 하나의 의혹사건을 보태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본보가 단독입수한 서이석(徐利錫)전경기은행장의 검찰수사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은행 퇴출 직전 최기선(崔箕善·자민련)인천시장과 서정화(徐廷華·국민회의)의원이 2개 부실 건설업체에 총 224억원을 부당대출 해주도록 청탁했다고 한다. 최시장과 서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전면부인하고 돈 받은 일도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두사람 말이 맞다면 서전은행장은 검찰조사에서 허위진술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대출날짜와 액수 상황설명 등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재판과정에서도 일부내용을 밝힌 바 있어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경기은행 부실과 퇴출의 가장 큰 원인은 외압에 의한 엄청난 부당대출이라는 것이 경기은행 안팎의 정설이다. 이 지역의 태화건설은 지난해 4월 기업어음(CP) 매입 부적격업체였고 은행여신심사위원회에서도 신용대출을 부결했으나 최시장의 압력으로 CP 46억원어치를 은행에 파는 등 174억원을 대출받았다. ㈜일신은 은행 실무자들이 이 회사의 재무상태를 들어 반대했음에도 서의원의 압력으로 5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시장과 서의원이 건설업체로부터 ‘사례금’이나 나중에 경기은행 살리기 로비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외압 자체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인가.

검찰은 임지사 부부 이상의 수사자료와 수사계획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너무 단정적이고 무책임하다. 임지사 부부만으로 이 사건을 끝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다. 어느 측면에서는 임지사 부부의 로비자금 수수보다 경기은행의 근원적 부실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본질에 속한다. 의혹을 남기지 않으려면 이 부분을 철저히 수사해 책임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

아울러 구속후 나흘이 지나도록 지사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임씨는 이번 사건의 법적 도덕적 책임의 측면에서 보나 원활한 도정(道政)수행을 위해서도 조속히 사퇴하는 것이 합당하다. 혹시라도 자신의 처지를 정치적으로 역이용할 생각을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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