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사의 ‘의연한’ 표정을 보면서 일본작가 시바 료타로의 촌평이 생각난다. 그는 김영삼정부 초기 장관과 장성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진을 일본신문에서 보았다. ‘한국고관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유교는 관리들을 부패하게 만들고 거기에 중독된 조선 이래의 관리들이 부패 불감증에 젖어있다.’ 시바는 비교적 유교를 모르는 옛 일본의 ‘무식한’ 사무라이들이 중국 조선보다 훨씬 깨끗했었다는 주장이다.
▽시바의 역사소설은 사무라이들의 상대적 청렴성을 미화한다. 유교 투성이의 중국 조선의 관리는 국가 생산성의 역군을 짓밟고 관료상하간의 이익 배분에 집착한다는 해석이다. 일본 역사에서 부패 공직자 처단이 비교적 단호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사관은 국수주의적이라는 평도 듣는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화제의 책에도 그와 통하는 관점이 있다. 그러나 과연 유교나 공자가 관료 부패의 바이러스일까. 그러면 서양이나 일본의 어제와 오늘의 숱한 오직 독직사건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문제는 유교 자체라기보다 그것이 각질화되고 ‘껍데기’가 앞서는 데서 빚어지는 일 아닐까. 유교의 본질에도 관리의 부패를 경계하는 철학과 나름의 시스템이 있었다. 조선 이래 수많은 청백리와 명신들도 있었다. 그 껍데기 아닌 참 내용을 익히고 실천하는 몫이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