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외적이지만 여성쪽에서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처의 조부모 부모를 남편이 폭행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고종때 이르면 칠거지악에서 아들을 못낳는 것과 질투 항목이 빠져 ‘오거(五去)’로 줄어드는 반면 삼불거에는 자식이 있을 경우 부인을 쫓아낼 수 없게 하는 항목이 추가돼 ‘사불거(四不去)’로 늘어나게 된다. 여성의 권리가 다소나마 강화된 것이다. 어쨌든 조선시대 여성들은 ‘여자의 운명’을 탓하며 한숨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혼율이 급증하는 추세다. 97년 한해 이혼건수는 9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55쌍이 이혼을 했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IMF체제 이후 ‘생계형’ 이혼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주목할 만한 새 흐름은 50세 이상의 여성들이 제기하는 ‘황혼이혼’이 늘고 있는 사실이다.
▽부부가 평생 해로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데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을 법 하다. 남편의 외도와 폭행에 시달려온 73세 할머니가 이혼소송을 제기, 승소했다는 소식이다. 얼마전 비슷한 소송에서 재판부가끝까지해로하라며할머니의 이혼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던 것과 비교되는 판결이다. 황혼이혼 문제는 급격한 노령화추세속에서 노인들의 행복추구권과 ‘삶의 질’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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