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제法 마련 서둘러야

  • 입력 1999년 7월 21일 18시 47분


한나라당이 어제 ‘옷로비’의혹사건과 ‘파업유도’발언에 국한된 여당의 제한적 특검제안을 전격수용함으로써 조만간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첫선을 보일 것 같다. 엊그제 파업유도발언을 수사하겠다고 선언한 검찰은 이로써 국회에 밀려 수사를 계속할 명분이 없어졌다. 검찰도 국회가 특검제를 도입하거나 국정조사를 실시하게 되면 최대한 협조할 것임을 약속한 만큼 수사를 중단하는 게 옳다.

사실 진형구(秦炯九)전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에 대해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의외였다. 검찰은 발언의 장본인 진씨는 물론 강희복(姜熙復)전 조폐공사 사장, 김태정(金泰政)전 법무장관(조폐공사 파업당시 검찰총장)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자못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검찰은 수사착수를 발표하면서 ‘특검제에 대한 여야협상이 단시일내에 타결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검찰의 책무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진씨 등이 고발된 이후 40여일동안 검찰은 왜 침묵을 지켜왔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엄격히 말하면 검찰은 민주노총 등 13개 단체가 지난달 고발장을 냈을 때 국회논의와는 별개로 즉각 수사에 나섰어야 했다. 지금 와서 ‘특검제를 논의중인 국회 뜻을 존중해 유보해왔으나…’운운 한 것은 순수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수사착수 시점을 지금으로 정한 것 자체가 다분히 정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계와 시민단체, 야당이 ‘특검제 무산 의도’로 본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수사본부장의 직속상관인 서울지검 제3차장부터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지휘라인의 어느 누구도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검찰의 의지와 각오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전 법무장관과 전 대검공안부장이 낀 검찰내부문제를 스스로 수사하는데 과연 한계가 없겠느냐는 물음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것은 검찰이 스스로 뿌린 ‘원죄’탓이다.

여하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검찰의 의욕은 높이 살 만하지만 이제 직접 수사계획은 거둬들이고 특별검사에 의한 명쾌한 진실규명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해야 한다. 전면특검제를 주장하던 야당이 검찰의 수사착수 다음날 제한적 특검제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태도를 돌변한 것은 정략적 색채가 짙다. 그럴 바엔 왜 일찌감치 여당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만 허비했는가. 어쨌든 이제 여야가 조속히 특검제법을 마련해 두 의혹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는 과정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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