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청와대 3인회동후 김총리의 발표와 청와대측 발표를 비교해 보면 불분명한 대목이 나온다. 물론 김총리는 ‘합당을 배제’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청와대측도 합당이나 신당 얘기는 나눈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공동여당의 8인위원회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문제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 ‘한자락’을 깔아놓고 있다.
아직도 정계개편이나 거기에 상응하는 논의가 가능하리라는 시사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국정의 혼선 요인이었던 내각제 개헌논의를 연내에 하지 않고, 나아가 합당도 없다고 결론은 지었지만 정계의 틀을 겨냥한 논의는 계속할 것이라는 의미로도 새길 수 있다. 따라서 공동여당은 정국 혼선의 싹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명백한 정치일정과 구체적 개편구상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둘째, 김총리의 내각제 개헌 논의 유보 천명은 정치 지도자들의 약속을 더욱 믿을수 없게 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회견에서 말한 개헌불가의 요인들, 즉 경제회복 남북문제 그리고 국회의 개헌의석 부족 등은 모두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약속 당시의 경제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빴다. 정부여당의 말로도 경제여건은 호전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남북문제나 국회의석 분포도 내각제 개헌공약을 내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철석같이 한 약속을 그럴듯한 수사로 미뤄오다가 이제 와서 어쭙잖은 이유를 내걸고 깨버렸다. 처음부터 실천의지는 아예 없었던 허언 공약(空約)에 국민만 속은 셈이 아닌가.
셋째, 김총리가 자민련 내부에 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총리직 사퇴’라는 극한적인 발언을 했다가 슬그머니 번의한 것도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장관이나 하위공직자들조차도 자리를 거는 발언은 갖가지 책임과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삼간다. 하물며 공동여당의 리더이자 국무총리의 신분으로 국민 앞에 감정적으로 공언을 하고 발을 빼는 행위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정치 지도자의 공약이나 발언은 무게가 있어야 하고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만이 신뢰를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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